한반도 기후변화 9단계 경영전략,,수성연질폼
기후 변화 대비한 9단계 경영전략
기후 변화 시대의 기업 전략에 무슨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 같은 전략은 없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존의 경영 전략 수립 과정에 충실하되 핵심적인 고려 사항이 단지 기후 변화와 온실가스 문제라는 점만 잊지 않으면 된다. 기후 변화에 대비한 경영 전략 수립 과정을 9단계로 요약해 본다.
■1단계: 대상을 알자―기후 변화 자체를 이해하라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려면 먼저 기후 변화, 혹은 지구 온난화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지구가 더워진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꼭 예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근본적인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에서부터 전략은 출발한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주된 원인이 온실 가스에 있다는 것은 노벨상이 인정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6대 온실가스는 매년 70억t 이상 배출된다. 이는 무엇보다 화석(化石) 연료의 지나친 사용에 기인한다. 이대로 두면 2050년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는 현재의 2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445~535ppm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잊지 말자. 기후 변화와 관련된 모든 논의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이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2단계: 상황을 알자―비즈니스 영향을 파악하라
기후 변화가 기업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무엇보다 규제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나라별, 기업별 할당량에 맞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2005년 공식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1차 감축 의무 기간에 감축 의무 국가는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평균 5.2%를 줄여야 한다. 국가의 의무 감축량은 결국 산업계로 넘겨진다. 한국은 1차 감축 의무 국가는 아니지만 2013년부터는 포스트교토체제 감축 의무 국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기업의 선행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배출 한도를 넘을 경우 탄소 거래 시장에서 돈을 주고 탄소배출권을 사 와야 한다.
둘째, 주주나 지역 사회, 시민단체 등 기업 이해관계자(stakeholders)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기후 변화 문제에 민감하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소송을 당할 위험에 직면한다.
셋째, 기후 변화는 물리적 위험도 초래한다. 해수면(海水面)이 상승하면 전 세계 물류지도에 변화가 생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분석대로 와인 생산 지도(地圖)가 바뀌면서 프랑스가 향후 20년 내에 세계 와인 왕국의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넷째, 시장이 변한다. 맥킨지 조사 결과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있다는 소비자층이 84%에 달했다. 21%는 친환경 제품을 실제로 구입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선택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업은 제품이 생산과 소비, 폐기 단계에서 발생시킬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키워드 참조)이라는 표시를 통해 공개하고 고객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3단계: 나를 알자―탄소 인벤토리를 구축하라
전략 수립은 나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우선 자기 회사가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알아야 한다. 바로 '탄소 인벤토리(carbon inventory·키워드 참조)'. 배출량을 정확히 알아야 향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어떻게 줄일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탄소 인벤토리는 ①생산 공정에서 직접 배출하는 양 ②외부에서 구입하는 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양 ③원료 운반과 직원 출퇴근, 완제품 배급 등 생산과 소비의 전·후방에서 발생하는 양으로 나뉜다.
탄소 인벤토리를 측정하는 통일된 기준은 아직 없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 Institute),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세계기업협의회(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유럽연합 거래제도, 시카고 탄소거래시장 등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다. 우선은 위의 범주 ①과 ②에서 발생하는 양을 정확히 산정해 배출량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4단계: 나아갈 방향을 정하자―대응 목표를 설정하라
외부 상황을 이해하고 나를 파악했다면 다음 단계는 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온실가스를 얼마만큼 저감(低減)할 것인가 하는 '온실가스 목표'와 저탄소 시장에서 얼마나 이윤을 창출할 것인가 하는 '시장 목표'의 두 가지가 있다. 목표를 세울 때는 향후 시장 상황과 이에 따른 생산량과 매출액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반적으로 생산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목표는 배출 총량을 얼마만큼 줄이겠다는 절대 지표와 매출액 대비 배출량을 얼마만큼 줄이겠다는 상대 지표를 모두 정하는 것이 좋다.
시장 목표는 저탄소를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듀폰(DuPont)의 경우 201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65% 저감한다는 온실가스 목표와 더불어 2010년까지 저탄소 제품 매출 20억 달러 달성이라는 시장 목표를 내걸었다.
■5단계: 실행에 옮기자―구체적인 실천 대안을 수립하라
세부적인 실행 방안이 수반되지 않는 목표는 선언에 불과하다. 조직 구성원 전체가 목표를 공감하고 생산, 제품개발, 마케팅, 영업, 공급사슬, 조직 관리 전반에서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종업원 참여는 모든 경영 혁신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 열쇠다.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일상적인 업무로 여기고 개선과 혁신의 대상으로 끌어올리려면 보상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의 세이코엡손(Seiko Epson)은 환경우수상(Environmental Prize)을 제정해 환경 성과가 우수한 사원에게 많게는 5000달러까지 현금 보상을 해준다. 구글(Google)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직원에게 5000달러까지 비용을 보전해준다.
■6단계: 일이 되게 하라―최고경영자의 관심을 보여주라
조직에서 일이 실제로 진행되게 하려면 최고경영자의 의지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최고경영자는 도전적인 목표를 자주 언급함으로써 조직에 자극을 주어야 한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비전과 목표를 보여주되 가급적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용어로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시대의 리더가 되자'라는 주장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그 대신 '에너지 원가 50% 절감, 탄소 배출 제로(0)'처럼 긴장을 유발하면서도 구체적인 용어로 자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담 조직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조직 내에 전파해 주는 역할,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공 사례로 이끄는 역할, 조직 구성원이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수행할 때 조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CEO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전담 조직의 책임은 핵심 부서 수장이 맡는 것이 좋다. 듀폰의 CEO인 채드 홀리데이(Holliday)는 아예 자신의 직함을 CNO(Chief eNergy and eNvironment Officer·최고에너지환경책임자)로 부르기도 한다.
■7단계: 우호 세력을 만들자―외부 전문가와 긴밀히 협력하라
기후 변화처럼 익숙하지 않은 이슈는 기업 내부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외부의 전문가 집단, 특히 NGO(비정부기구)와 협력하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NGO는 기업이 갖지 못한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다.
GE는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Ecology +Imagination) 전략을 수립하기 1~2년 전부터 세계자원연구소에 도움을 청했다. NGO와의 협력은 그 자체로써 기업의 실천 의지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줄 수 있다.
■8단계: 생각을 달리하자―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라
기후 변화는 시장과 고객의 선호를 바꾸고 있다. 시장이 없어서, 돈이 되지 않아서, 경제성이 낮아서, 기술이 없어서 간과되었던 제품과 기술, 시장이 새롭게 부상하는 것이 탄소경제 시대의 현실이다. 이처럼 경쟁의 판이 바뀌는 상황은 더 없는 비즈니스 기회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전경련은 10년 후 가장 유망한 성장 동력 산업 군(群)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꼽았다. 삼성, LG, 한화, 동양제철화학 등 다수의 기업이 태양광 발전에 진출하는 것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GE의 에코매지네이션 전략도 일종의 사업 재구성이다.
■9단계: 내 생각을 알리자―협상 테이블에 동석하라
미국 속담에 "당신이 식탁에 앉지 않으면, 요리감이 된다(If you are not at the table, you are on the table)"라는 말이 있다.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만든 정책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규제를 피할 수 없다면 규제가 만들어질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글로벌 석유회사인 BP나 셸(Shell)은 자발적으로 사업장 간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다가 영국과 유럽에서 비슷한 제도가 만들어질 때 적극 참여해 경험을 전수했다. 새로운 정책이 자사(自社)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아무 기업이나 협상 테이블에 앉아 '내 생각을 알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규제 기관이 협상 참가에 필요한 자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정책 협상에는 오래 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온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생산부터 폐기까지 한 제품이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말한다. 휴대폰을 예로 들면, 부품 생산과 조립 등 생산과정,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유통과정, 휴대폰 충전 등 사용과정, 그리고 마지막 폐기과정에 이르기까지 휴대폰이 일생 동안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이다. 소비자는 제품에 표기된 '탄소 발자국' 정보를 보고, 친환경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 탄소 인벤토리(carbon inventory)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연료와 전력 사용량 등을 근거로 일정 기간 동안 온실가스가 어느 곳에서 얼마나 배출되었는지를 파악해 만든 일람표.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1년에 배출하거나 흡수한 온실가스량을 나타내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말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후 변화 대응 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 적도 원칙(equator principles)
금융기관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실시하는 1000만달러 이상 대형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환경 파괴나 인권 침해 우려가 있을 경우 대출을 제한한다는 자발적 행동 원칙. 2003년 씨티그룹과 ABN암로 등의 금융기관들에 의해 제정됐다. 국제금융공사(IFC)의 기준에 의해 평가를 진행하며, 지난 8월 현재 6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선진국이 집중된 북반구와 저개발국이 많은 남반구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적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